"공을 매트 왼쪽 아래 놓을수록 퍼팅 좋아져"

입력 2015-12-23 18:26  

이관우 기자의 맞짱골프 (13) 한천석 스크린골프연합회 회장

스크린골프의 전설

평균 60타·최소타 20언더…필드서도 핸디캡5 고수
증권맨 접고 골프에 올인

스크린골프의 비밀

센서 감지구간서 굴러가는 길이 짧을수록 오차 줄어
어프로치, 45도 이상 띄우면 내리막도 홀컵 주변서 멈춰



[ 이관우 기자 ] ‘스크린의 전설.’

한천석 한국스크린골프연합회 회장(45)에겐 이런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영화계가 아닌 스크린골프계의 ‘레전드’다. 평균타수 60타, 최저타수 20언더파(52타), 홀인원 13회, 앨버트로스 8회, 이글 1058회….

골프존에 공개된 그의 프로필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인가’ 싶을 만큼 입이 쩍 벌어진다. 도대체 어떻게 치길래? 스크린골프 성수기인 겨울철을 맞아 23일 그를 서울 강남의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만났다.

“반갑습니데이~!”

‘전설’은 뜻밖에도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인사를 해왔다. 두툼한 손, 까무잡잡한 얼굴은 ‘탱크’ 최경주(45)를 연상케 했다. ‘이렇게 생긴 분들이 희한하게 골프를 잘 친단 말야….’

‘괴력’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체격인데도 그는 최장 473m의 드라이버를 날리는 파워히터다. 필드에서도 실제 300야드를 손쉽게 날린다. 그는 핸디캡 5를 놓는 필드 고수이기도 하다.

“최경주가 역도를 좀 했죠? 저는 어렸을 때 유도를 했어요. 하체가 중요하긴 한데 비결은 사실 따로 있습니다.”

티오프 전 장타와 섬세함을 다 잡은 비결을 물어봤더니 어색한 표준어가 다시 사투리로 변했다. “마, 저를 함 잘 디다보이소.”

경남 사천의 타니CC를 ‘스크린 맞짱’ 결투장으로 골랐다. 페어웨이와 그린 난이도가 최고등급인 별 다섯 개짜리다. 그린, 스윙플레이트, 바람 세기까지 모두 최상위 등급인 골프존라이브토너먼트(GLT) 대회 모드로 세팅했다. 한술 더 떠 ‘백티(블랙티)’에서 치잔다. 한 번도 쳐보지 못한 맨 뒤 티박스다. 마음을 다잡았다. ‘나도 4언더까지는 쳐봤는데 뭐, 왕창 지기야 하겠어?’

‘빵!’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공이 스크린에 가 꽂힐 때 예감했다. ‘아,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만났구나.’ 드라이버 비거리 304m가 나왔다. 아이언은 일명 ‘우라(좌우로 휘는 공)’ 없이 빨랫줄처럼 똑바로 날아가 홀컵 반경 2m 안에 대부분 떨어졌다. 파5나 파3에서는 아예 ‘예고 샷’을 날렸다. 이런 식이다.

“오른쪽 언덕이 높고 그린이 왼쪽으로 급경사입니다. 우측 둔덕에 공을 떨구면 그린으로 공이 튀어올라가 홀컵에 붙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공은 예고한 지점에 떨어진 뒤 홀컵 렛?정확하게 멈춰섰다.

홀이 거듭될수록 기자는 경쟁 플레이어가 아닌 갤러리가 됐다. 결과는 66 대 85. 19타 차이 대패다. 보기,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 버디 등 보여줄 걸 다 보여준 기자와 달리 그는 보기는 2개로 막고 버디 6개와 이글 1개를 뽑아냈다.

얼핏 보기에도 작은 백스윙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공은 움직이지 않는데 사람이 움직여서 꼭 문제가 생긴다”며 스윙법을 하나둘 털어놨다. 아마추어가 프로처럼 큰 스윙을 하면 쉬워야 할 골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게 골자다.

“저는 임팩트 구간만 빠르게 지나가는 소위 반스윙을 합니다. 그립을 꽉 잡든, 살살 잡든, 팔꿈치를 구부리든, 안 구부리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임팩트 때 양발을 단단히 지면에 잡아둔다는 건 미처 눈치채지 못한 특별함이다. 양발이 움직이는 순간 상체와 팔 등 몸 전체가 흔들려 임팩트 때 오차가 많이 발생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동작이 큰 스윙도 보기 좋죠. 다만 그 스윙을 완성하려면 아마추어가 하루 1000번 이상 스윙을 하며 숙달해야 합니다. 그럴 시간도 의지도 없는 주말골퍼라면 반스윙이 맞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평균 퍼팅 1.6(홀당)인 섬세함은 어디서 나올까. 오랜 구력? 그는 필드골프(1999년 9월)보다 9년 늦은 2008년 1월 스크린골프에 입문했다. 7년쯤 되는 구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뭔가 있다는 얘기다.

비결은 ‘센서’에 있었다. “공을 퍼팅플레이트 왼쪽 아래에 놓을수록 방향성?좋아집니다. 우선 공이 센서구간에서 굴러가는 길이가 짧을수록 센서가 수집하는 오차가 줄어들거든요. 아래쪽 플레이트 경계선은 퍼팅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선으로 삼을 수 있어 도움이 되고요.”

공 왼쪽 10㎝ 지점 플레이트에 가상의 작은 눈금을 여러 개 찍어놓는 것도 방향성을 좋게 하는 비결 중 하나다. 눈금 하나를 홀 한 컵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어프로치에도 방법이 있다. 센서가 공의 회전보다 날아가는 각도를 더 많이 인식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굴리는 필드골프와 달리 스크린은 띄우는 게 훨씬 유리하다. 그는 “45도 이상 띄우면 러닝이 거의 없이 공이 스핀을 먹은 것으로 인식해 멈춘다”며 “웬만큼 경사가 급한 내리막에서도 공을 홀컵 주변에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창원에서 스크린골프장(골프존파크 창원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팬들이 창원까지 찾아올 정도로 스크린 골프계에서는 절대지존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골프에 빠졌을 때는 집 한 채 값을 날리기도 했다.

“골프가 좋아서 잘나가던 회사(대신증권)도 그만뒀어요. 처음엔 아내도 말렸지만 골프가 직업이 된 지금은 같이 라운딩을 즐길 정도로 응원해줍니다.”

필드와 스크린을 모두를 점령한 그에게 행복한 골프를 물어봤다.

“프로는 몸을 혹사시켜야 골프를 할 수 있는 거고 아마추어는 몸을 위해 골프를 해야 한다고 봐요. 이기기 위해 몸을 혹사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